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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유병재 농담집

천예탱 2017. 11. 19. 01:23

블랙코미디

 유병재 농담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개그맨 유병재입니다.

작가라고 해야하나요?


개그맨 보다 더 개그맨 같은 작가 유병재입니다.


가끔은 너무도 재밌어서 그가 작가라는 걸 잊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멘트에는 늘 철학이 담겨있었습니다.

유명한 어록들이 있죠? ㅎㅎ

유병재의 어록을 읽어보면 씁쓸하기도 하고

대신 외쳐주는 것 같아서 통쾌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뼈 있는 농담들이 선사하는 유쾌한 반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세상이 바로 ‘블랙코미디’


으레 ‘농담’이라고 하면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로 쓰이곤 한다.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에서는 유머러스한 문장과 유쾌한 에피소드가 반복하여 등장하고, 무방비한 상태에서 실소와 폭소를 터뜨린다. 무엇보다 유병재식의 ‘블랙코미디’에서는 누구나 겪었을 법한, 차마 말로 내뱉지 못했던 일상 속의 부조리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이같은 일들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면서, 한 번쯤 고구마처럼 퍽퍽한 ‘을’의 서러움을 견뎌야 했던 이들에게 속 시원한 ‘사이다’를 안겨준다. 

때로 『블랙코미디』에 수록된 글은 단순히 웃음을 위한 농담이 아닌, 모순덩어리인 우리의 자아와 사회를 겨냥하는 아포리즘에 가깝게 느껴진다. 자기변명은 철저히 배제하되, 냉철한 관찰력과 핵심을 짚을 줄 아는 작가의 장기가 짧은 글 속에 온전히 발휘되기 때문이다. 짤막한 글 속에서 응축된 반전의 묘미는 어떤 긴 글보다도 오랜 여운을 남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블랙코미디’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화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되는 코미디’이다. 작가가 직접 작명한 ‘농담집’의 진짜 의미는 이 지점에서 더욱 힘을 얻는다.

세상이 나쁜 건
어쩌면, 내가 나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어느 여자 연예인이 속옷을 입지 않고
SNS에 사진을 올렸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한조 위도우만 고르는
우리 편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중략)
_「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중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는 우리 사회의 급소를 겨냥하면서도 ‘자기반성’이라는 주제를 놓치지 않는다. 이 모든 비극이 어쩌면 내게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는 고백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다. 이는 초고의 제목이던 ‘어쩌면 나는 나쁘다’라는 문장과도 상통한다. 내가 나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고도의 성찰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이 아닐까.

‘블랙코미디’는 힘이 세다. ‘루저’와 ‘승자 독식’이 판치는 세상이라는 주제 의식을 잃지 않으면서, 분노를 웃음으로 승화하는 건강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작가 스스로 밝혔던, ‘즐거움이라는 한 가지 감정에만 의존하지 않는 코미디’란 바로 이것이다.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는 웃는 이와 우는 이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듯한 세상에 던지는 ‘건강한 반란’이다.